Page 147 - 선림고경총서 - 33 - 종용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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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용록 中 147


               -신령함은 어디서 왔으며 성스러움은 어디서 왔는가?
               사례를 하러 오니
               -부숴 주셔서 감사합니다.

               도리어 이르기를 전부터 나를 저버렸다 하더라.
               -어찌 진작 말하지 않았던가?



               평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공덕이란 경을 지니는 일이요 허물이란 전생의 업이니,이미
                허망한 인이 이루어지면 반드시 허망한 결과를 부르게 마련이
                다. 능엄경 을 보면 부처님께서 이르되 “네 어찌 듣지 못했는
                가?신라벌성의 연야달다(演若達多)가 갑자기 어느 날 새벽에

                거울로 얼굴을 비추다가 거울 속의 얼굴은 눈썹과 눈이 분명한
                데 자기의 눈썹과 눈은 보이지 않으므로 도깨비의 탓이라 하여
                미친 듯이 꼴사납게 찾으러 달려갔다.네 생각에 어떠하냐?이
                사람이 무슨 까닭으로 이유 없이 미쳐 달려갔는가?”하니,부
                루나가 대답하되 “이 사람은 마음이 미쳤을 뿐,다른 까닭은
                없습니다”하였다.이는 참됨을 미혹하고 허망함을 집착한 것
                이다.반야로 관조하는 것은 참됨이요,공덕이다,허물이다,원
                인이다,결과다를 따지는 것은 허망함이니,참 지혜가 앞에 나

                타나면 허망한 업이 소멸하여 아뇩보리가 환하게 본래부터 갖
                춰졌음을 안다는 뜻으로서,이것이 교가의 견해이다.
                  납자의 처지에는 어떠한가?숭악(嵩嶽)의 파조타(破竈墮)화상
                이 살던 산밑에 묘당(廟堂)하나가 있었다.그 안에 조왕신 한
                분을 모셨는데 각종 짐승을 잡아 제사를 지냄이 끊이지 않았
                다.화상이 시자를 데리고 묘당으로 들어가서 지팡이 끝으로
                조왕신의 머리를 세 번 두드리면서 이르되 “이 조왕신은 진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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