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7 - 선림고경총서 - 33 - 종용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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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용록 中 137
송고
서리와 눈을 힘으로 겨루고
-가난하면 한 몸만을 선하게 하고
구름 위의 하늘을 평지같이 걷는다.
-현달하면 천하까지도 선하게 한다.
유하혜(柳下惠)는 모국을 떠났고
-쓴 박은 뿌리까지 쓰고
사마상여(司馬相如)는 다리[昇仙橋]를 건넜다.
-단 참외는 꼭지까지 달다.
소씨[蕭何]와 조씨[曹參]의 꾀로 한(漢)을 일으켰고,
-해바라기는 해를 따라 돌고
소부와 허유는 몸과 마음으로 요(堯)를 피했다.
-버들솜은 바람을 따라 나부낀다.
영욕[寵辱]이 깜짝사인 줄을 깊이 믿는 터라.
-깨달으려면 실답게 깨달아야 하고 참구하려면 실답게 참구해야 한다.
진실한 생각으로 자취를 감추어 어부와 나무꾼에 섞인다.
-그래도 신령한 거북이 진흙에 꼬리를 끄는 꼴을 면치 못하리.
평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쑥대는 비와 이슬을 탐내는데 소나무와 잣나무는 풍상을 견
디어 내니 날씨가 추워진 뒤에야 송백의 절개를 알리로다.이
것이 인연을 따르는 법과 변하지 않는 법의 도리이다.
여러 대에 누리던 영화가 일시에 몰락한다는 말씀은 힘있는
사람이라야 감당할 수 있으니 구름 위의 하늘을 평지같이 걸어
서 한 번 뛰매 곧장 여래의 경지에 든다 하여도 이미 한 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