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8 - 선림고경총서 - 33 - 종용록(중)
P. 148
148
과 질그릇으로 합해서 이루어졌는데,성스러움은 어디서 왔으
며 신령스러움은 어디서 일어났기에 이렇게도 산 짐승을 많이
죽이는고?”하고는 다시 세 번 두드리니,조왕신이 무너져 버
리매 안국사께서 ‘파조타(조왕신을 때려 깬 이)’라고 부르기 시
작했다.이윽고 푸른 옷에 높은 관을 쓴 사람 하나가 나타나서
절을 하면서 이르되 “나는 본래 이 묘당의 조왕신인데 오랫동
안 업보를 받다가 오늘 스님의 무생설법을 듣고야 이곳을 벗어
나 하늘에 태어나게 되었습니다.그래서 우정 와서 감사의 뜻
을 드리는 터입니다”하니,화상께서 이르되 “이는 그대의 본
분이요 나의 억지소리에 인함이 아니다”하매,조왕신이 재배
를 하면서 사라졌다는 것이다.
“진흙과 질그릇으로 합해서 이루어졌는데 성스러움이 어디
서 왔는가?”하니 이는 나와 남을 가리지 않는 반야지이다.참
지혜[眞智]로 망업을 삼아 이제껏 저버렸던 것을,오늘에 와서
많은 생명을 죽인 것은 전혀 복됨이 없다고 꾸짖으면서 선로
(禪老)가 지팡이로 세 번 두드려서 당장 하늘에 태어나게 한 것
을 치하한 것이다.애달프다!귀신은 악한 사람을 두려워해서
손뼉을 펴기 어렵고 도적은 장물(贓物)때문에 쉽게 고개를 숙
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