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1 - 선림고경총서 - 33 - 종용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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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용록 中 151
답하되 “오랑캐 땅에는 겨울에도 죽순[笋]이 납니다”하였다.
오본이 좌우에게 이르되 “딴 솥에다 향기로운 밥을 지어 이 사
람을 공양하라”하였는데 그냥 나와 버리니,오본이 이르되
“이 사람이 뒷날 천하 사람을 모두 밟아 죽일 것이다”하였다.
청림이 동산에서 소나무를 손질하고 있는데 유옹(劉翁)이라
는 이가 와서 선사(청림)께 게송을 구하니,선사가 보여주되
“뾰쭉뾰쭉하기로는 석 자 남짓하고/울창하기로는 잡초를 덮는
다/뒷날의 그 어느 사람이/이 소나무 늙는 모습을 볼는지”하
였다.유옹이 이 게를 오본에게 바치니,오본이 이르되 “유옹의
기뻐함을 하례하오.이 사람이 동산의 제3세가 될 것이오”하
였다.
청림이 오본을 하직하고 산남부(山南府)의 청좌산(靑銼山)에
가서 암자에 머무르기 십 년 만에 홀연히 오본의 유언이 떠올
라 이르되 “뭇 중생을 이롭게 하려면 어찌 작은 절개에 구애되
리오?”하고는,수주(隨州)로 갔다가 회중들이 토문(土門)의 소
청림난야(小靑林蘭若)에 머무르기를 청하매 이로 인해 청림이
라 불리게 되었다.
어느 날,대중에게 이르되 “그대들 모두는 심(心)․의(意)․
식(識)을 떠나서 참구하여 범부와 성인의 길을 벗어나야 비로
소 보임(保任)할 수 있을 것이다.만일 그러지 않으면 나의 자
식이 아니다”하였다.이때 어떤 승이 나서서 묻되 “학인이 지
름길로 질러서 갈 때가 어떠합니까?하였으니,그 승은 대비각
(大悲閣)에서 떠나 중도(中都)에 가서 자기의 지견을 다시 자랑
하려고 곧장 가는 곧은길을 물었으나 그것이 벌써 크게 돌아가
는 짓인 줄은 전혀 알지 못한다.
청림이 죽은 뱀이 한길에 놓였다 하여 막았으나 그 승은 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