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0 - 선림고경총서 - 33 - 종용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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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연 그럴 것이다.
               승이 다시 묻되 “나서지 않을 때엔 어떠합니까?”하니,
               -오직 그대에게 달렸다.

               청림이 대답하되 “그래도 피할 곳이 없느니라”하였다.
               -척척 들어맞는구나!
               승이 다시 묻되 “바야흐로 그러할 때가 어떠합니까?하니,
               -아직은 서두르지 마라.

               청림이 대답하되 “도리어 잃어버리느니라”하였다.
               -비록 죽은 뱀이지만 놀릴 줄 알면 도리어 살아난다.

               승이 다시 묻되 “어디로 갔습니까?”하니,
               -믿어지지 않거든 품속을 뒤져봐라.
               청림이 이르되 “풀숲이 깊어서 찾을 수가 없느니라”하였다.
               -머리 위로도 첩첩이 우거졌고 발밑에도 그러하다.

               승이 다시 이르되 “화상께서도 조심해서 지키셔야 되겠습니다”
            하니,
               -돌아왔구먼.

               청림이 손뼉을 치면서 이르되 “한결같은 독기로다”하였다.
               -후백(侯白)뿐이라 여겼더니 다시 후흑(侯黑)이 있구나.



               평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균주(筠州)동산(洞山)의 제3세이신 처건(處虔:靑林,또는 師
                虔)선사가 처음 협산(夾山)으로부터 와서 동산 오본(洞山悟本)에
                게 참문하였다.오본이 묻되 “어디서 떠났는가?”하매,청림이

                대답하되 “무릉(武陵)에서 떠났습니다”하였다.다시 묻되 “무
                릉의 도법(道法)이 이곳과 견주면 어떠한가?”하니,청림이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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