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3 - 선림고경총서 - 33 - 종용록(중)
P. 153

종용록 中 153


                송을 보라.


               송고

               도사공[三老]이 가만히 키[柁]를 꼬느니,
               -밤중 깊은 산골에 배를 숨겨 두었는데…….
               외로운 배는 한밤에 머리를 돌리네.

               -맑은 물위에 돛을 올린다.
               갈대꽃은 양쪽 언덕의 눈빛이요,
               -너와 내가 현현하게 계합하고

               안개 같은 물은 한 강의 가을 풍경이네.
               -위와 아래가 가만히 통한다.
               바람이 돛을 도우니 노를 젓지 않아도 가고
               -흐름을 따라 묘함을 얻다.

               피리소리 달을 부르니,창주(滄洲)에 내려와 비추도다.
               -시름없이 앞개울에 떨어지네.



               평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단하 자순(丹霞子淳)선사의 송에 이르되 “긴 강이 맑았는데
                달그림자[蟾華]비치니/눈앞에 가득한 맑은 광채 자기 집은 아
                닐런가/묻노라,그 많던 어주(漁舟)들은 어디로 갔느냐/밤이
                깊으니 으레 갈대숲에서 묵누나”하였다.

                  두 노인이 다 함께 조용한 못,맑은 물,높은 돛대,외로운
                배를 읊었는데,단하는 설두(雪竇)의 송을 인용했다.이에 대해
                현사(玄沙)화상이 이르되 “본시 낚싯배의 나그네가/머리만 깎
                고 가사를 수(受)했는가?/불조의 지위[佛位]에 머무르려 않고/
   148   149   150   151   152   153   154   155   156   157   1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