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7 - 선림고경총서 - 33 - 종용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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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용록 中 37


               이르기를 ‘이것이 무엇인고?’해서,
               -화로와 냄비가 식기 전에 한 번 더 넣지.
               그가 머뭇머뭇 망설이거든

               -발바닥 밑에다 일곱 혼 구멍을 뚫었다.
               그에게 이르기를 ‘업식이 끝없이 망망할 뿐 아니라 또한 가히
            의거할 근본조차 없도다’하겠습니다”하니,

               -산채로 잡고 산채로 붙들었다.
               위산이 이르되 “좋은 말이다”하였다.
               -충고하는 입에서 친근한 말이 나온다.



               평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어떤 승이 운암(雲岩)에게 묻되 “화엄론(華嚴論)에 이르기
                를 ‘무명주지번뇌(無明住地煩惱)로써 모든 부처님의 부동지(不
                動智)를 삼는다’하였는데,이치가 지극히 깊고 현묘하여 깨달
                아 통달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하니,운암이 이르되 “이것은
                가장 분명한 도리여서 쉽게 알 수 있느니라”하였다.때마침
                동자가 마당을 쓸고 있었는데 부르니,동자가 고개를 돌렸다.
                운암이 가리키면서 이르되 “이것이 부동지가 아니겠느냐?”하
                였으니,앙산이 승을 불러 고개를 돌린다 한 것이 바로 이 경
                지이다.운암이 다시 동자에게 묻되 “어떤 것이 너의 불성인

                가?”하니,동자가 좌우로 두리번거리면서 망연히 떠났다.운암
                이 이르되 “이것이 무명주지번뇌가 아니겠는가?”하였으니,만
                일 이것을 안다면 당장에 성불하리라.
                  동자가 어리둥절해한 것이나 앙산의 승이 머뭇머뭇 망설인
                것이 다르지 않고 무명주지번뇌와 업식이 망망한 것이 또한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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