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3 - 선림고경총서 - 33 - 종용록(중)
P. 33

종용록 中 33


                  옛사람은 병을 앓으면서도 불사를 하였다.남악 사(南嶽思)대
                사에게 큰 병마[病障]가 생기니,문득 그 병에 준하여 하나의
                화두를 이루어 참구하되 “병은 업에서 생기고,업은 허망함에
                서 생기고,허망함은 마음에서 생기는데 마음은 본래 남이 없
                으니,병이 어디에서 생기리오?”하였다.이렇게 생각하니 홀연
                히 회복되었다.

                  이에 대해 만송은 이르노니,“여래선(如來禪)에서 편안함을
                얻었다”하노라.서경(西京)의 봉성 심(奉聖深)선사에게 총지(總
                持)라는 비구니가 있었는데 작략(作略)으로 병이 나서 게송을
                짓고,이르되 “기운이 끊어지니,정서(情緖)도 끊어지고/뜻[意]
                을 일으키려니 뜻의 길이 없도다/눈을 끔벅일 힘도 없으니/여
                러 해를 문밖에 나가지 못한다/이것이 비록 조사선이기는 하
                나/마차 포대 속의 늙은 까마귀 신세로세”하였다.부용 해(芙
                蓉楷)화상은 이르되 “이 게송 하나만으로도 자연히 우리 종을

                계승한다”하였는데,만송은 이르노니 “이미 대단하기는 하나,
                다시 다른 일이 있다 해도 무방하리라”하노라.
                  마대사는 과연 그러지 않았고,원주도 감히 병의 더함과 덜
                함을 직접 묻지 않고,조심스럽게 묻되 “화상께서 요즘 법체가
                어떠하십니까?”하였는데,그는 여래선이니 조사선이니 떠들지
                않고 다만 “일면불 월면불이니라”고만 말했으니 일러 보라.그
                의 뜻이 무엇이던가?

                  불과가 이르되 “지금 허다한 사람들이 마대사께서 원주를 제
                접한 일을 이야기한다.어떤 이는 눈을 부라리고 이르기를 ‘여
                기에 있는 양쪽 눈이 바로 일면불 월면불이다’하고,어떤 이
                는 이르기를 ‘평위산(平胃散)이나 달여 오라.무슨 고집[巴鼻]이
                있는가?’하고,수(壽)선사는 이르기를 ‘한 이름도 여래의 명호
   28   29   30   31   32   33   34   35   36   37   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