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0 - 선림고경총서 - 33 - 종용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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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다”하였으니,비단 밑의 달[羅月]이라고 썼어도 되었을 것이
다.그러나 이백의 시에 “담쟁이덩굴 밑의 달[蘿月]은 아침 거
울에 걸렸고,솔바람은 밤의 거문고 줄에서 운다”하였으니,역
시 담쟁이덩굴 쪽이 멋이 있다.
천동은,몽롱한 새 달이 연기 같은 담쟁이덩굴에 숨어서 비
추니 또렷하지는 못하나 이미 그 윤곽[圭角]은 드러났다는 점
에서 그 승이 반쯤은 밝고 반쯤은 어두우며,살아 있는 듯도
죽은 듯도 하다는 점을 송해 낸 것이다.만송은 마치 염철판관
(鹽鐵判官:계산에 능숙한 관리)과 같노니 진실로 천동은 깊고
세밀한 바늘과 실을 가지고 있지만 만일 실이 끊어진다면 비단
에 새기는 문채는 끝내 이루기 어려웠으리라 하노라.
밀사백(密師伯)이 동산과 길을 가다가 흰토끼가 지나가는 것
을 보자 이르되 “준수하도다”하니,동산이 묻되 “왜 그런가?”
하고 다그쳐 물었다.밀사백이 대답하되 “마치 백의(白衣)의 몸
으로 재상의 직위를 받은 것 같소이다”하니,동산이 이르되
“건방지게도 그런 소리를 하다니……”하였다.밀사백이 도리
어 묻되 “그대는 어떻게 여기는가?”하니,동산이 이르되 “여러
대의 영화가 잠시에 몰락하도다”하였다.
사마상여(司馬相如)의 상림부(上林賦)에 이르되 “천금같은 아
들은 마루 끝[垂堂]에 앉지 않는다”하였고,완적(阮籍)은 항상
시거(柴車:허술한 수레)에 앉아 길을 가다가 험궁한 곳을 만
나면 문득 통곡을 하고 돌아왔는데,만송은 이르노니 “길을 찾
아 집에 돌아올 수만 있다면 그대로가 몸을 돌이켜 아버지께
돌아가는 도리라”하노라.듣지 못했는가?“한 생각 광채를 되
돌리면 문득 본래 얻었던 것과 같다”하였으니,그렇다면 어찌
하여 모든 부처님의 부동지가 중생들의 처지에서는 업식이 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