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9 - 선림고경총서 - 33 - 종용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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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용록 中 39
이 한 구절은 ‘승을 불러 고개를 돌린 일’과 ‘이것이 무엇인
고?’한 일을 송한 것이니,나를 알겠는가[識我不]할 때의 불
(不)자는 보(甫)와 구(鳩)의 반절,즉 ‘부’라 읽어야 하며,뜻은
불(弗)과 같으니 나를 알겠는가,모르겠는가?하는 뜻이다.
앙산은 의리 없는 손으로 방비 없는 집을 쳤는데 그 승이 만
일 돌불[石火]밑에서도 깜박 알아본다면 가히 시끄러운 장터
에서 천자를 알아볼 줄 안다 하겠거니와 만일 머뭇머뭇 망설이
다가 나서지 못하면 희미한 담쟁이덩굴 밑의 달이 또 갈고리를
이루는 것과 같다고 하겠다.
황벽이 상당하여 대중이 모이자마자 주장자로 쫓아 버렸다
가 다시 부르니,대중이 고개를 돌리자 황벽이 이르되 “달은
당긴 활[彎弓]같은데 비는 적고 바람은 많다”하였는데,이 송
의 뜻은 이 대목을 인용한 것이다.
석실 선도(石室善道)가 앙산과 더불어 달구경을 하는데 앙산
이 묻되 “달이 뾰족할 때엔 둥근 모습이 어디로 가며 둥글 때
엔 뾰족한 모습이 어디로 가는가?”하니,석실이 이르되 “뾰족
할 때엔 둥근 모습이 숨고,둥글 때엔 뾰족한 모습이 그대로
있다”하였고,운암은 이르되 “뾰족할 때엔 둥근 모습이 있고,
둥글 때엔 뾰족한 모습이 없다”하였고,도오(道吾)는 이르되
“뾰족할 때에도 뾰족하지 않고,둥글 때에도 둥글지 않다”하
였는데,뾰족한 모습이 곧 갈고리 모습이다.
낙빈왕(駱賓王)의 시에 이르되 “이미 둥글기가 거울 같거니,
어찌 다시 갈고리같이 굽어질 필요 있으랴?”한 것이 있고,화
엄종에서는 ‘비밀은현구성문(祕密隱顯俱成門:비밀하여 숨으나
드러나나 모두 성립된다)’이라고 이름하였고,또 경전에 이르되
“10지보살이 법성을 보되 마치 얇은 비단을 통해 달을 보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