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8 - 선림고경총서 - 33 - 종용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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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니,운암과 앙산이 승을 감별하고 사람을 징험함에 분명함이
이와 같거니와 만송이 보는 견해는 그렇지 않노니 “동자와 그
승은 모두가 철저히 부동지인데 운암과 앙산은 끝까지 업식이
망망하다”하노라.
누군가가 그 도리를 판단해 내면 바로 천동을 보리니,그는
이렇게 송했다.
송고
한 번 불러 고개를 돌리니,나를 알겠는가?
-진짜 날도둑인데 어찌 모르겠는가?
희미한 담쟁이덩굴 밑의 달이 또 갈고리를 이루었네.
-몸은 숨겼는데 그림자가 드러났다.
천금같은 아들이건만 몰락의 길에 나서니,
-병풍이 다 찢어졌어도 뼈대는 여전히 남았겠지.
끝없는 궁상길[窮途]에 허다한 근심 많아라.
-작은 그릇인지라 큰 분량을 담지 못한다.
평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백장이 상당하자 대중이 바야흐로 모이니 주장자로 일시에
내쫓았다가 다시 불렀다.대중이 고개를 돌리니,백장이 이르
되 “이것이 무엇인고?”하였는데,제방에서는 이것을 백장의
하당법문[下堂句]이라 한다.잘 참구하는 게 좋겠다.왕형공(王
荊公:安石)이 이르되 “나는 설봉에게 한 말씀을 얻어 재상이
되었노라”하니,사람들이 굳이 청하매 공이 이르되 “그 노인
이 항상 사람들을 보면 ‘이것이 무엇인고?’하더라”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