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5 - 선림고경총서 - 33 - 종용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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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용록 中 35
재단사의 잣대[刀尺]밑엔 한 베틀의 비단이라.
-이불․요․옷․관․옷깃․소매라.
평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이 일면과 월면,두 부처님은 마치 별똥이 튀고 번개가 번뜩
이는 것 같아서 생각이나 말을 용납하지 않는다.옛날 진왕의
궁에서 옥으로 거울을 만들어 모든 신하들을 비추면 간․담․
장부(臟腑)가 모두 나타났었다.또 여우와 너구리가 사람이 되
었어도 거울에는 오직 본래의 모습만이 나타나니,이는 사사로
움이 없는 것이다. 물류상감지(物類相感志) 에 이르되 “낭풍포
(閬風浦)에서 구슬이 나는데 그릇에 두면 스스로 구른다.그래
서 그것을 ‘달리는 구슬[走珠]’이라 한다”하였다.
이는 마조의 마음이 묵은 거울과도 같고 기개가 달리는 구
슬과 같아서 그림자나 자취를 남기지 않음을 송한 것이다.백
번 단련한 금은 작가(作家)의 망치에 달려 있고,한 베틀의 비
단은 솜씨 좋은 재단사의 잣대에 달렸다는 것이다.
어떤 승이 운암(雲岩)에게 묻되 “크게 보임(保任)하는 사람은
그것과 하나입니까,둘입니까?”하니,운암이 이르되 “한 베틀
의 비단이 한 조각인가,두 조각인가?”하였는데,동산이 대신
이르되 “마치 사람에게 나무를 접한 것 같으니라”하였으니,
이는 경계와 정신이 만나고,지혜와 이치가 명합하고,하늘색
과 물색이 함께 가을이고,인군과 신하의 도리가 합하는 도리
이다.
비단이 재단 칼을 만나면 베어지고 끊어짐이 사람을 말미암고,
금이 망치를 만나면 단련함이 자기에 달려 있다.일러 보라.납승
의 분수에는 어떤 일을 성취하겠는가?일면불 월면불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