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3 - 선림고경총서 - 33 - 종용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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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용록 中 43
-말귀는 알아듣느냐?
임제가 선상에서 내려와 멱살을 움켜잡으니,
-그대는 잠시 모른 체하라.
다시 그 승이 머뭇머뭇 망설이거늘
-그 참사람을 둔하게 만드는군!
임제가 확 밀어 놓으면서 이르되 “지위 없는 참사람이라니,무
슨 똥 말리는 막대기[乾屎橛]냐?”하였다.
-흡사 바리때도 만져 보지 못한 자가 시장하지 않다고 하는 꼴이로군!
평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임제가 광어(廣語)에서 이르되 “5온의 몸밭[身田:몸]안에
지위 없는 참사람이 있어 당당하게 드러나 털끝만치의 간격도
없거늘 어찌하여 알아보지 못하는가?”하였다.마음이란 법은
형상이 없으되 시방에 꿰뚫어 통했나니,이미 시방에 꿰뚫어
통했다면 5온의 몸밭 안에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얼굴에서 출입하니 증거를 잡지 못한 초심자들은 살펴보라”
하였으니,만송은 이르되 “지위 없는 참사람이 대중을 살펴보
는가,대중이 지위 없는 참사람을 살펴보는가?”하노라.
때에 어떤 승이 묻되 “어떤 것이 지위 없는 참사람입니까?”
한 것에 대해서,제방에서는 “그 말소리까지도 내쳐야 할 일이
다”하였는데 나귀를 탄 이가 자리 밑을 보지 못하는 꼴이 되
었음에야 어찌하겠는가.임제가 선상에서 내려와서 멱살을 움
켜쥐고서 이르되 “일러 보라.참사람이 어디에 있는고?뺨 한
대 갈겨 줌이 좋겠다”하였다.그 승이 머뭇거리면서 말하되
“참사람이 없어서 아깝습니다”하니,임제가 확 밀어 풀어 주
면서 이르되 “지위 없는 참사람이라니,무슨 똥 말리는 막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