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4 - 선림고경총서 - 33 - 종용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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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乾屎橛]냐?”하였으니,빤히 마주 보면서 숨기는 짓이로다.
설봉이 이르되 “임제는 마치 백주의 날도둑 같다”하였거니
와,만송은 이르노니 “잡혔다”하노라.설두가 이르되 “도대체
능숙한 도적은 귀신도 헤아리지 못해야 되는데,그는 이미 설
봉에게 들켰으니 능숙한 솜씨는 아니다”하였다.그리고는 다
시 대중을 불러 이르되 “설두가 오늘 여러분들의 눈알을 바꾸
어 주리니,그대들 만일 믿지 못하겠거든 제각기 방에 돌아가
서 더듬어 보라”하였는데,만송은 이르노니 “설두는 눈썹까지
도 몽땅 잃어버렸다”하노라.도적의 손아귀에서 도둑질하는
법을 알려면 천동에게 물어보아야 될 것이다.
송고
미혹과 깨달음이 서로 거슬리나
-털끝 하나 막힌 것 없다.
묘하게 전하여 간결하다.
-이미 바람과 먼지에 그을렸다.
봄이 백 가지 꽃봉오리를 터트림이여,한 번에 불고,
-놓아버리니 위태로워지겠고
힘이 아홉 소를 끌어 돌이킴이여,한 번에 당기도다.
-거두어들이자니 너무 빠르다.
그러나 진흙과 모래는 뚫어도 열리지 않음을 어찌하랴.
-내 안목이 본래 밝았으되
감로의 샘눈[泉眼]을 분명히 막아 버렸네.
-스승 때문에 삿되어졌다.
갑자기 샘줄기 터져 어지러이 넘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