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5 - 선림고경총서 - 33 - 종용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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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용록 中 45
-선상을 흔들어 쓰러뜨린 일 조금도 이상하다 할 것 없어라.
위험하다 하리라.
-주장자를 던지면서 이르되 “한 수 놓쳤다.”
평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원각경(圓覺經)에 이르되 “마치 미혹한 사람이 4방을 바꾸
어 처하되 그 실제의 방위는 본래 옮기지 않는 것같이 깨달았
을 때에도 다만 예대로이다”하였다. 종경록(宗鏡錄) 에 이르
되 “그 동안은 깨달음을 미혹했는지라 미혹한 듯하고,오늘에
미혹을 깨달았음은 깨달음이 아니다”하였으니,이것이 참으로
묘하게 전하여 간결하고,베풀되 낭비하지 않는 것이다.이를
알아차리면 붉은 살덩이가 그대로 지위 없는 참사람이요,알아
보지 못하면 참사람이 전과 같이 얼굴을 향해 드나들 것이다.
그 승에게도 있건만 단지 드러낼 줄 모르고 활용할 줄 몰라
서 도리어 참사람의 종이 되어 말을 전하고 말씀을 보내고 안
부를 묻고 소식을 묻다가 마침내는 임제로 하여금 높은 데서
내려와 낮은 데로 가서 본체를 드러내어 완전히 작용해야 하는
수고를 하게 하였다.그 승도 이미 손을 쓸 길이 없게 되고,임
제 또한 몸을 추슬러 뒤돌아볼 겨를도 없어 수저도 들어올리지
못하게 된 것을 보고는 문득 이르되 “지위 없는 참사람이라니,
그 무슨 똥 말리는 막대기 같은 소리인가?”하였다.
이는 능히 놓기도 하고 거두기도 하며 불러서는 모으고 할
해서는 흩뜨리는 가풍이니,마침내 말[包]밑에 죽은 듯이 얽매
여서 사람들의 가슴에 병이 되어 주지는 않는다.천태가 이르
되 “한 번 불어 세계가 이루어지고,한 번 할하여 세계가 무너
진다”하였고,또 이르되 “불어야 할 때에 할을 하고,할을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