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6 - 선림고경총서 - 33 - 종용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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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할 때에 분다”고도 하였다.
열자(列子)에 말하기를,공의자(公儀子)는 힘이 세기로 알
려졌기에 주나라의 선왕(宣王)이 예를 갖추어 초빙했다.그런데
이르고 보니,나약한 사내였다.왕이 묻되 “경의 힘은 어느 정
도인가?”하니,대답하되 “신은 능히 봄 벌레의 다리를 꺾을 수
있고,가을 매미의 날개를 이길 수 있습니다”하였다.왕이 얼
굴을 붉히고 다시 묻되 “나의 힘은 능히 무소의 가죽을 찢을
수 있고,아홉 마리 소의 꼬리를 뒤로 끌 수 있는데도 오히려
약해서 유감인데,그대는 이와 같으면서도 힘이 세다고 알려진
까닭은 무엇인가?”하였더니,대답하되 “신의 명성은 그 힘을
이기는 데 있지 않고,그 힘을 활용하는 데 있습니다”하였다.
이는 임제의 놓고 거두는 힘이 자재함을 송한 것이다.
법안이 우물을 파는데 모래 때문에 샘눈이 막히는 일이 생
겼다.이에 곁의 승에게 묻되 “샘눈이 막힌 것은 모래가 막았
기 때문이거니와 도의 눈이 트이지 않는 것은 어떤 것에게 막
힘을 당해서인가?”하니,승이 대답이 없거늘 스스로 대답하되
“눈에 막혀서이니라”하였으니,일러 보라.그 승이 샘눈을 막
았는가,임제가 샘눈을 막았는가?
갑자기 물줄기가 튀어나올 때엔 어떠하겠는가?(주장자를 들
었다가 자리에서 내려오시니,대중이 일시에 흩어져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