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8 - 선림고경총서 - 33 - 종용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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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곧은 낚시로 용을 낚는다는 말이 이미 칠통(漆桶)처럼 둔한
                무리였고 낚시에서 세 치 떨어진단 말이 이미 강자(舡子)를 이
                긴 협산(夾山)으로 하여금 배를 차지하게 했다.사람들이 자격

                [分]이 없다고 단정하는 것은 아니나 대체로 먹이를 탐내다가
                낚시를 삼키는 꼴이거니와 저 조주를 보라.낚싯대를 꺾어 버
                리지도 않고,배를 걷어차 뒤집지도 않은 채 돌다리[石橋]위에
                한가로이 앉았거나 외나무다리[略彴]옆에서 세월을 보내도 저
                절로 언덕을 올라와서 손아귀에 드는 자가 있는 것이다.
                  본록(本錄)에는 그 승이 이를 인하여 깨달았다 하였으니,가
                히 장대 끝의 낚싯줄은 그대 마음대로 희롱하시오마는 푸른 파
                도를 범하지 않는 것은 각자에게 달렸다 할 것이니,조주가 임
                공자(任公子:장자에 나오는 인물)처럼 앞에서 뜻을 얻었는데

                천동이 뒤에서 뱃전을 두드려 주는 것을 다시 보라.그의 송은
                다음과 같다.


               송고

               죽을 다 먹자 발우를 씻으라 하니,
               -쾌속한 인편은 만나기 어렵다.
               활연히 트인 마음바탕은 저절로 부합된다.

               -오늘뿐이 아니다.
               지금에 넉넉히 참구한 총림의 나그네여,
               -역시 죽을 먹고는 바리때를 씻는다.

               일러 보라.그 사이에 깨달음이 있었더냐?
               -한 사람이 거짓을 전하면 만 사람이 사실처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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