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9 - 선림고경총서 - 33 - 종용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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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용록 中 49
평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영운(靈雲)이 복사꽃을 보자 도를 깨닫고 위산에게 게송을
바치니,위산이 이르되 “반연을 좇아 들어온 자는 영원히 물러
나지 않으리라”하였는데,현사(玄沙)가 전해 듣고 이르되 “매
우매우 당연하신 분부이나 감히 말씀드리는 바는 노형(老兄:
영운)은 아직 사무치지는 못했습니다”하였다.영운이 이 말을
전해 듣고 이르되 “화상은 깨달으셨습니까?”하니,현사가 이
르되 “그렇게 해야 된다”하였다.
천동은 그 승이 깨달음을 얻어,마음바탕이 서로 계합한 경
지를 송한 것이다.그 승은 처음으로 총림에 들어와서 크게 깨
닫고,크게 사무치겠다고 외쳤으니,오래 참구한 총림의 선객
들은 일러 보라.깨달음이 있는가 없는가 하였으니,이런 것을
징문(徵問)이라 한다.
설두는 이르되 “본래 미혹도 깨달음도 없다고 하는 이가 삼
대[麻]같이 수도 없건만 오직 영운만을 작가(作家)라고 허용한
다”하였는데,현사는 이르되 “아직 사무치지는 못했다”하였
고 설두는 “홀로 작가라고 허용한다”하였으니,서씨네 여섯째
[徐六]가 송판을 지고 솔밭을 지나는 격이라,제각기 한쪽만 보
는 꼴이다.일러 보라.바리때를 씻는 승이 깨달음이 있었느냐?
태평은 본래 장군이 이룩하는 것이지만 장군이 태평스러워
지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