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1 - 선림고경총서 - 33 - 종용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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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용록 中 51
-결코 그렇다고 이해하지 마라.
운문이 이르되 “후백(侯白)뿐이라 여겼는데 다시 후흑(侯黑)이
있도다”하였다.
-좋은 솜씨에서는 좋은 수가 나오지 않는다.
평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미란왕(彌闌王)이 나선(那先)존자에게 묻되,“내가 질문을 하
겠으니,스승께서 대답을 해주시겠소?”하니,나선이 대답하되
“물으소서”하였다.왕이 이르되 “나는 이미 다 물었소”하니,
나선이 이르되 “나도 이미 대답해 마쳤습니다”하였다.왕이
묻되 “무엇을 대답하셨소?”하니,나선이 대답하되 “대왕께서
는 무엇을 물으셨습니까?”하였다.왕이 이르되 “나는 물은 바
가 없소”하니,나선도 대답하되 “나도 대답한 바가 없습니다”
하였으니,이는 오히려 찾아 규명할 수 있는 일이거니와 운문
이 물은 곳은 마치 맑은 하늘에서 번개가 치는 것 같고,건봉
이 대답한 곳은 마치 가문 땅에 우레가 치는 격이다.
쌍으로 놓고 쌍으로 거두기에 이르러서는 도리어 머리도 있
고 꼬리도 있음을 보게 되리니,이것이 납승이 아니면 보지 못
하고 작가가 아니면 보지 못하는 도리이다.
천동화상은 이 부문에 깊숙이 들어와서 다음과 같이 송했다.
송고
활시위와 화살이 서로 물렸고
-높고 낮음에 두루 응한다.
그물의 구슬이 마주 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