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7 - 선림고경총서 - 34 - 종용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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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용록 下 107
현사 스승과 소당장로요,
-한 장의 공문에 공초를 받아야겠군!
함(函)과 뚜껑이요,화살과 칼끝이며
-마지막 입을 열기는 쉽지만
탐색하는 장대요,그림자 비추는 풀뭉치로다.
-추운 겨울을 견디는 마음은 보존키 어렵다.
잠겨 움츠림이여,늙은 거북이가 연잎에 숨었고
-몸을 숨긴 곳에 자취가 없도다.
훨훨 노닒이여,화려한 잉어가 마름[藻]을 희롱한다.
-자취가 없는 곳엔 몸을 숨기지 마라.
평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현사가 어제의 시끄러움으로 물은 것은 마치 장자(莊子)
대종사편(大宗師篇)에 이르되 “배[舟]를 골짜기에 숨기고 산을
못에 숨긴 뒤에 견고하리라 여긴 이가 있었다.그러나 밤중엔
힘센 자가 짊어지고 달아나 버렸건만 우매한 자는 알지 못했
다.작은 것을 큰 데다 감추는 것이 마땅하건만 도망칠 곳이
있었으니 만일 천하를 천하에 감추어 도망칠 곳이 없다면 이는
항상한 물건[恒物]의 큰 뜻이다”하였는데,천동은 현사가 어제
와 오늘을 들어 물은 것을 배를 감추었으나 가만히 짊어지고
간 일에다 견준 것이다.
소당이 도리어 맑은 물,고요한 호수로 와서 외로운 배를 띄
웠으니,이는 현중명(玄中銘)에 이르기를 “죽은 물에 막혀 있을
까 두렵다”한 경지이니 현사의 말씀 속에서도 안목이 팔팔 살
아서 사람들로 하여금 동정(動靜)의 근원을 알게 하려는 뜻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