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2 - 선림고경총서 - 34 - 종용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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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소리를 듣고 도를 깨닫는다 하나 도에 어찌 소리가 있으며,
빛을 보고 마음을 밝힌다 하나 마음에 어찌 빛이 있겠는가?이
는 예악(禮樂)과 정벌(征伐)이 천자로부터 나오고 인의(仁義)의
군병에게는 천하에 적이 없다는 도리이다.참창(攙搶)과 방혜
(棓彗)는 그 재앙은 하나이다.
빛과 소리를 메아리와 그림자로 삼으니 실답지 못함을 표현
한다.그림자[影]란 거울의 그림자,물속의 달 같은 것이요,메
아리[響]란 빈 골짜기에 전하는 울림소리니,이는 모두가 도심
(道心)에 있어서는 재앙[攙搶]의 마음 위에 참창이 된다.
만국이라 함은 만법이란 뜻이요,12처라 함은 6근과 6진이
다.삼천세계의 광명이 그림자와 메아리를 비추어 깨뜨리니 메
아리와 그림자가 사라진 까닭에 광명을 뿜는 것이다.보지 못
했는가?백장 고령(百丈古靈)이 이르되 “신령스런 광명이 홀로
빛나서 근과 진을 아득히 벗어난다”했던 말을.그런데 만일
근과 진이 모두 법계에 두루했다면 또 어찌하겠는가?만두라
여겼더니 도리어 호떡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