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8 - 선림고경총서 - 34 - 종용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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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와룡 구(臥龍球)화상이 이르되 “요긴한 곳을 얻고자 한다면
도리어 산하대지가 그대들을 위하여 그 일이 이미 항상하고 또
완벽함을 발명해 주리니 만일 문수의 문으로 들어오면 온갖 유
위의 토목,와석들이 그대의 기연을 열도록 도와줄 것이요,만
일 관음의 문으로 들어오면 온갖 음향의 새우,지렁이들이 그
대의 기연을 열도록 도와줄 것이요,만일 보현의 문으로 들어
오면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고 이르리라.내가 이 세 가지 문
의 방편으로 그대에게 보이노니 마치 한 토막의 부러진 저로
바닷물을 저어서 어룡들로 하여금 물이 생명이 되는 줄 알게
하는 것과 같다.만일 동정(動靜),어묵(語黙),거래(去來)의 근원
을 항상 안다면 벌써 헛되이 보내는 경지는 면한 것이라”하였
으니,이는 현사가 사람을 위하는 곳을 송한 것이다.
만일 작가라면 함에 뚜껑 맞듯,화살과 칼끝이 부딪치듯이,
탐색하는 장대와 그림자를 비추는 풀로 파정(把定)하고 방행(放
行)하면서 가사자락을 든 곳과 교섭할 길이 없다.한 곳에서 이
게 무슨 도리인가를 알아내게 될 것이다.
사기(史記) 구책전(龜策傳)에 태사공(太史公)이 이르되 “내
가 강남에 이르러 그 행사를 보고 물었더니 대답하기를 ‘거북
이는 천 살이 되어야 비로소 연잎 위에 오른다’하더라”하였
다.이것이 교섭할 길 없는 도리로서 잠겨 움츠려도 훨훨 노닐
기에 방해롭지 않고 훨훨 노닐어도 잠겨 움츠림이 방해롭지 않
은 것이다.요즘 어조도(魚藻圖)를 그릴 때 마름이란 물풀을 그
리는데 그것은 파도를 따라 모양을 흔들면서 스스로 문채를 이
룬다.또 마름[藻]은 물의 풀이니 문채가 있는 물풀이라고도 한
다. 논어(論語) 에 산절(山節:포에 단청함)과 조절(藻梲:梁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