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4 - 선림고경총서 - 34 - 종용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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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쳐 준 뒤에야 능히 질문을 했겠는가?”하였고,일찍이 양무
                위(楊無爲)가 임제의 찬(贊)을 지은 것을 보았는데,이르되 “정
                법안장(正法眼藏)이 눈먼 당나귀 때문에 사라진다.황벽은 노파
                선(老婆禪)이요,대우는 잔소리쟁이[饒舌]다”하였고,또 불과
                (佛果)가 지은 목주(睦州)의 찬을 보니 이르되 “신신(辛辛)하고
                날랄(辣辣)하고 애애(啀啀)하고 시시(口柴 口柴 )하여 임제[濟北]를 앞

                질러 큰 나무가 되었고 운문을 밀어서 험한 벼랑으로 떨어뜨렸
                다.말씀은 마른 장작 같고 이치는 계급을 지을 수 없으니,이
                분이 바로 진포혜(陣蒲鞋:목주스님의 별명,미투리를 삼아서
                어머니를 봉양하며 살았기 때문에 붙은 이름)다”하였다.
                  임제의 본록(本錄)에는 다음과 같이 되어 있다.깨달은 뒤 문
                득 이르되 “원래 불법이 몇 푼 어치 되지 않는군!”하니,대우
                가 이르되 “이 오줌싸개[尿牀鬼子]야,조금 전에는 허물이 있는
                가,없는가를 묻더니,이제는 또 불법이 몇 푼 어치 되지 않는

                다고 하는구나!너의 불법은 얼마나 되느냐?”하고는,멱살을
                잡아 세우고 다그치되 “일러봐라,일러봐라”하였다.임제가 대
                우의 겨드랑이를 세 번 쥐어지르니,대우가 풀어주면서 이르되
                “너의 스승은 황벽이다.나와는 관계가 없다”하였다.임제가
                황벽으로 돌아오니,황벽이 이르되 “갔다 왔다 해서야 어찌 끝
                날 날이 있겠는가?”하매,임제가 이르되 “그저 노파심이 간절
                할 뿐입니다”하고는 앞의 일을 자세히 고하니,황벽이 이르되

                “그 잔소리쟁이 대우 영감을 만나기만 하면 한 주먹 갈겨 주어
                야겠구나!”하였다.이에 임제가 말하되 “무얼 기다립니까?지
                금 때리리다”하고는 문득 황벽에게 한 대 쥐어지르니,황벽이
                신음 섞인 웃음으로 이르되 “이 미친놈이 여기에 와서 범의 수
                염을 끄집는구나!”하였다.임제가 문득 할을 하니,황벽이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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