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9 - 선림고경총서 - 34 - 종용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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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용록 下 129
더라도 잘 이용해서 도적을 막으면 어찌 마음 다름을 근심하리
오?”하였으니,몸을 같이하고 목숨을 함께하면 이해가 같다는
것을 이른 말이다.
법진 수일(法眞守一)선사가 대중에게 묻되 “이곳 그대로가
자씨(慈氏:미륵)니 문도 없고 선재(善財)도 없거늘 어찌하여
유리궁전 위에 아는 이가 없다 하였을까?”하였으나,만송은
이르노니 “궁전을 활짝 열면 만나게 되리니 그러한 뒤에야 천
동이 그대들의 얼굴 앞에다 바짝 들여대서 그대들의 콧구멍을
쥐어지르는 경지를 보게 되리라”하노라.
송고
오뚝해서 아득하고
-만법과 더불어 짝하지 않는다.
둥글어서 둥글둥글하니
-모자람도 남음도 없다.
눈길이 다하는 곳에 높고도 드높아라.
-이마를 젖히고 바라보아도 미치지 못한다.
달은 지고 못은 비니 밤 기운 깊숙했고
-온 시방세계가 한 병의 먹물 같다.
구름 걷힌 산 모습 여위니 가을 경치 짙었다.
-온통 그대로 가을 풍광이로다.
팔괘(八卦)의 위치가 바르게 되고
-천지가 그 덕에 부합되었고
오행(五行)의 기운이 조화되니
-일월이 그 밝음에 부합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