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1 - 선림고경총서 - 34 - 종용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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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용록 下 131
깜하고 아득[杳杳冥冥]해서 정수리를 볼 수 없다”하였으니,이
또한 눈길이 다하는 곳에 높고도 드높다 한 경지이다.
천동의 침선관통송(針線貫通頌)에 이르되 “드높은[峩峩]푸른
산에 앙상한 가을 색이 드러났고/모발이 쇠잔해지니 풍골(風
骨)이 예스럽다”하였는데,이 또한 “구름 걷힌 산 모습 여위
니,가을 경치 짙었다”한 것과 같다 하리니,가히 껍데기는 몽
땅 벗겨져 버리고 오직 하나의 진실만이 남았다는 경지라 하리
라.
이 경지에 이르면 팔괘는 이미 위치가 바르게 되고 오행 또
한 기운이 조화되어,운작(運作)과 수영(修營)에 꺼릴 바가 없거
니 어찌 수고로이 저자에 들어가서 손빈(孫賓)에게 물으랴?“이
내 몸 진작부터 그 속에 있었던 줄 알고 있는가?”한 것은 천
의 회(天衣懷)선사가 삼산(杉山)으로 오라는 청을 받아 원에 들
어와 상당하여 이르되 “20년 동안 이 산을 즐겨 흠모했더니 오
늘에야 만나게 된 인연을 우선 기뻐하노라.산승이 이 산에 오
기 전엔 몸이 먼저 이 산에 이르더니 여기에 이르고 보니 삼산
이 도리어 산승의 몸 안에 있도다”한 것과 같다.
“남양의 부자는 오히려 알고 있는 듯하지만”한 것은 감히
그렇다고 단정해 말하지 못하고 다만 알고 있었던 듯하다 하였
으니,그대들 일러 보라.어찌하여 완전히 그를 긍정치 않았을
까?그 국사 부자를 저버릴까 걱정했기 때문이다.서천의 불조
는 어찌하여 어찌할 바를 몰랐던가?길거리에 부어 세운 무쇠
장승[金堠子]께 밥 때를 당하거든 무쇠 만두[鐵饅頭]를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