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7 - 선림고경총서 - 34 - 종용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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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용록 下 137


                구리에 세 주먹 질렀다”하였으니,이는 참 가풍의 불매[度籥]
                이기 때문에 신령한 바탕에 고동이 걸린 것이니,위의 구절은
                스승께 이어받는 경지요 아래의 구절은 자성을 활짝 깨쳤다[宗
                通]함이다.
                  노자(老子)가 이르되,“천지 사이는 마치 탁약(槖籥:불매)과
                같다”하였는데,탁이란 밑 없는 주머니 또는 가죽 주머니요,

                약이란 세 구멍의 피리를 뜻한다.
                  파초 철(芭蕉徹)이 이르되 “비유하건대 금(琴)․슬(瑟)․공(箜)
                ․후(篌)가 비록 묘한 음성이 있으나 묘한 손가락이 없으면 끝
                내 소리를 낼 수 없다”하였으니,원래  능엄경 에서 나온 말
                이다.“얼굴을 마주 보며 다가올 때 날아오는 번개같이 급하
                고”한 것은 그 준수한 기개에 재빠른 변재를 이른 것이요,
                “미혹의 구름이 걷히는 곳에 태양이 오롯하다”함은 그 깨달음
                이 밝다는 것을 이른 말이다.

                  “범의 수염을 끄집는다”함은  장자 에 이르되 “공자가 도척
                (盜跖)을 보고는 물러서면서 이르되 ‘나[丘]는 이른바 병이 없
                는데도 스스로 뜸을 뜨는 사람이다.빨리 달려가서 범의 머리
                를 쥐어지르고 범의 수염을 끄집으니 어찌 범의 입을 면하겠는
                가?’”하였다.“그대 보았는가?”한 것은 천동이 남에게 보여주
                고서 참구하는 학인들로 하여금 완전한 기개와 큰 작용을 체득
                하고 어진 일을 당하여 양보치 않음으로써 납승의 코끝으로 불

                리게 하려는 구절이다.
                  무진거사가 속청량전(續淸涼傳)을 지었는데 이르되 “청하는
                바에 곧 응하더니 나중에 해탈(解脫)선사가 문수를 만났으되,
                깨닫지 못했다는 말씀을 듣고 이르기를 ‘참 대장부로다’하니
                라”하였는데,임제의 깨달은 경지를 보았는가?하양(河陽)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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