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9 - 선림고경총서 - 34 - 종용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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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용록 下 139
제 87칙
소산의 있음과 없음[踈山有無]
시중 대중에게 보이시다.
문이 닫히려 할 때 한 번 건드리면 문득 열리고 배가 가라앉
으려 할 때 삿대 한 번 지르면 바로 뜨나 거상(車箱)골짜기에
한 번 들어가면 돌아갈 길이 없고 화살이 하늘로 통하면 한 가
닥 문이 있다.일러 보라.어디로 향해서 갈 것인가?
본칙 드노라.
소산(踈山)이 위산(潙山)에 이르러 묻되 “듣건대 스님께서 말씀
하시기를 ‘있음의 구절과 없음의 구절은 등(藤)이 나무에 기댄 것
같다’하셨다는데,
-남의 입술과 이를 들추는구나!
갑자기 나무가 쓰러지고 등이 마르면 구절[句]은 어디로 돌아
갑니까?”하니,
-말을 듣는 이는 죽고 구절에 막히는 이는 미혹한다.
위산이 깔깔대고 크게 웃었다.
-우(禹)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도 강물 소리는 서쪽으로 흘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