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0 - 선림고경총서 - 34 - 종용록(하)
P. 140
140
소산이 이르되,“제가 사천 리 길을 포단(布單)을 팔아서 왔는
데 화상께서는 어찌하여 조롱을 하십니까?”하니,
-짚신값은 가지고 왔는지?
위산이 시자를 불러서 이르되,“돈을 갖다가 저 상좌(上座)에게
돌려주라”하고는
-의롭지 못한 재물을 나는 뜬구름같이 보느니라.
이어 부촉[囑]하되 “뒤에 외눈박이 용[獨眼龍]이 있어 그대를
점파(點破:인가)하리라”하였다.
-다시 사천 리를 가야 되겠군.
나중에 명소(明昭)에게 이르러 앞의 일을 이야기하니,
-한 나그네가 두 주인을 번거롭게 하는구나!
명소가 이르되 “위산은 가히 머리와 꼬리가 반듯하건만 단지
지음자(知音者)를 만나지 못했을 뿐이로다”하였다.
-자기의 두레박줄이 짧을지언정 남의 우물에 관계된 것은 아니다.
소산이 다시 묻되,“나무가 쓰러지고 등이 마르면 구절은 어디
로 돌아갑니까?”하니,
-또 저러는구나!
명소가 이르되,“다시 한 번 위산으로 하여금 크게 웃게 하는
구나!”하니,
-남의 주먹으로 천지를 휩쓰는구나!
소산이 당장에 깨닫고
-포단 빚을 갚았구나.
이르되 “위산이 원래 웃음 속에 칼을 가지고 있었구나!”하였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