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1 - 선림고경총서 - 34 - 종용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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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용록 下 141


               -가죽을 찢으면 피를 본다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구나.


               평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무주(撫州)소산(踈山)광인(光仁)선사가 동산(洞山)에게 참문
                하되,“아직 생기지 않은 말씀을 스님께서 보여주소서”하니,
                동산이 이르되 “인낙[諾]할 수 없으니 아무도 긍정하는 이가
                없기 때문이다”하였다.소산이 묻되 “간절할 수는 있겠습니
                까?”하니,동산이 이르되 “그대는 지금 간절할 수 있겠는가?”
                하매,소산이 이르되 “간절할 수 없다면 숨길 곳도 없습니다”
                하였다.

                  나중에 향엄(香嚴)의 회상에 있는데 어떤 승이 향엄에게 묻
                되,“성인들을 흠모하지도 않고 자기의 영(靈)을 소중히 여기지
                도 않을 때가 어떻습니까?”하니,향엄이 이르되 “만 가지 업무
                를 쉬어 끝내고 천 성인도 끌어 주지 않느니라”하매,소산이
                대중 속에 있다가 구역질하는 소리를 내고서 이르되,“이게 무
                슨 말인고?”하였다.

                  향엄이 묻되 “누구인가?”하니,대중이 대답하되 “사숙(師叔)
                입니다”하매,향엄이 묻되 “그대는 나를 인정치 않는가?”하였
                다.이에 소산이 나서서 이르되 “그렇소”하니,향엄이 이르되
                “그대가 이를 수 있지 않겠는가?”하였다.소산이 이르되 “이를
                수 있습니다”하니,향엄이 이르되 “일러 보라”하매,소산이
                이르되 “만일 저더러 말을 하라면 사자(師資)의 예를 갖추어야
                합니다”하니,향엄이 자리에서 내려와 절을 하고 꿇어앉아 앞
                의 말을 거듭해서 물었다.이에 소산이 이르되 “어찌하여 ‘긍
                정도 인낙도 모두 온전치 못하니라’하지 않습니까?”하니,향

                엄이 이르되 “긍정한다니 또 무엇을 긍정하며 인낙한다니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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