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2 - 선림고경총서 - 34 - 종용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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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인낙한다는 것인가?”하니,소산이 이르되 “긍정한다는
것은 저 천 성인을 긍정하는 것이요,인낙한다는 것은 자기의
심령을 인낙하는 것입니다”하였다.
이에 향엄이 이르되 “설사 그렇더라도 30년 동안은 거꾸로
똥을 쌀 것이며,산에 살면 땔감이 없을 것이요,물에 살면 먹
을 물이 없으리니 분명히 기억해 두라”하였다.나중에 소산에
머무르자 과연 향엄의 예언과 같이 27년을 지내다가 병이 나으
니 스스로 이르되,“향엄이 나에게 예언하기를 ‘30년 동안 거
꾸로 똥을 눌 것이라’했는데 이제 3년이 모자라는구나!”하였
다.그리고는 음식을 먹으면 언제나 손으로 후벼서 토해내서
향엄의 예언에 맞추었다.
소산이 나중에 경청 도부(鏡淸道怤)에게 묻되 “긍정도 인낙
도 모두가 온전치 못하다는 말을 그대는 어찌 이해하겠는가?”
하니,도부가 이르되 “온전하다면 긍정과 인낙으로 돌아갑니
다”하였다.소산이 다시 묻되 “온전함을 얻지 못할 때엔 또
어찌하겠는가?”하니,도부가 대답하되 “거기에는 긍정하는 길
이 없습니다”하매,소산이 이르되 “바야흐로 병든 나의 뜻에
맞았도다”하였다.
위산(潙山)이란 나안(懶安)으로 선문삼나(禪門三懶)의 한 분이
니,장경 대안(長慶大安)이라고도 불렀다.그가 어느 날 대중에
게 보이되 “있음의 구절과 없음의 구절은 등이 나무에 기댄 것
같다”하였는데,소산이 4천 리를 멀다 않고 포단을 팔아 가면
서 찾아와 물었는데 때마침 위산은 벽에 매흙질을 하고 있었
다.소산이 선뜻 묻되 “있음의 구절과 없음의 구절은 등이 나
무에 기댄 것 같다 함은 스님의 말씀이 아닙니까?”하니,위산
이 “그렇다”하였다.소산이 묻되 “만일 갑자기 나무도 쓰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