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3 - 선림고경총서 - 34 - 종용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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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용록 下 143


                고 등도 마를 때라면 어떻습니까?”하니 위산이 흙판을 던지고
                크게 웃으면서 방장으로 돌아갔다.
                  소산이 뒤를 따르면서 이르되 “제가 4천 리 길을 포단을 팔
                아 가면서 우정 여기까지 왔는데 화상께서는 어찌하여 조롱을
                하십니까?”하고 따지니,위산이 시자를 불러 돈을 갖다가 그
                에게 포단값을 돌려주고 떠나게 하라 하였다.그리고는 뒷일을

                예언하되 “뒷날 외눈박이 용이 그대를 점파해 주리라”하였는
                데,그 뒤 과연 명소를 만나 점파해 줌을 얻었으니,소산이 4천
                리 길을 멀다 하지 않고 포단을 팔아 가면서 온 뜻은 특별히
                이 말씀을 위해서였다.요즘 주위에서 행각하는 이들도 본분사
                (本分事)위에다 마음을 머물러 두고 곳에 따라 건립하여 서로
                서로 찬양하기는 할지언정 소산이 대중 가운데서 구역질한 흉
                내는 내지 말지니라.그에게 별다른 장점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으나 갈마(羯磨)를 깨뜨리고 법륜 굴리는 일을 깨뜨리고 화

                합승단을 깨뜨렸으니 반드시 현보(現報)를 받게 될 것이다.향
                엄이 예언을 해주었는데 소산이 후벼서 토하는 모습으로 예언
                에 맞추었으니 모두가 후인들을 위한 본보기인지라,소산도 역
                시 헤아리기 어려운 경지에 이른 분이라 하노라.
                  소산은 평소 납자를 제접할 때 손에 나무뱀[木蛇]을 쥐고 있
                었는데,어떤 승이 묻되 “손에 든 것이 무엇입니까?”하기만 하
                면,소산은 뱀을 들어올리면서 이르되 “조씨네 딸[曹家女]이다”

                했었다.설봉이 산에 들어갔다가 뱀같이 생긴 나뭇가지 하나를
                얻어 그 등에다 “본래부터 천연스러워서 다듬고 새길 필요가
                없다”고 써 두었다.이것을 위산 대안(潙山大安)에게 주니 위산
                이 이르되 “본색이 산에 머무르는 사람인지라 칼과 도끼의 흔
                적이 전혀 없도다”하였는데,소산이 이미 이 말을 인하여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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