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5 - 선림고경총서 - 34 - 종용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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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용록 下 165


            다.
               -담벽에 걸림 없이 편지를 전한다.



               평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당나라 육긍의 자는 경산(景山)이니 오군(吳郡)사람으로서
                벼슬이 선흡(宣歙)관찰사에 이르렀다가 어사대부를 추가받았
                다.처음에 남전에게 묻되 “제자가 병에다 거위[鵝]를 길렀는데
                차츰 커져서 병에서 꺼낼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이제 병도 깨

                뜨리지 않고 거위도 죽이지 않으려면 화상께서는 어떻게 꺼내
                시겠습니까?”하니,남전이 “대부여”하고 불렀다.육긍이 “예”
                하고 대답하니,남전이 이르되 “나왔다”하매,육긍이 이로부터
                깨달았다.그리하여 마음은 이성(理性)에 두고  조론(肇論) 에
                유희하다가 열반무명론(涅槃無名論)제7묘존편(妙存篇)에 이르
                러 “현묘한 도는 묘한 깨달음에 있고,묘한 깨달음은 진(眞)에
                즉하는 데 있으니,진에 즉하면 유와 무를 가지런히 관찰하고,

                가지런히 관찰하면 너와 내가 둘이 아니다.그러므로 천지는
                나와 같은 뿌리요,만물은 나와 같은 바탕이다.나와 같으면 다
                시 유와 무가 없고 나와 다르면 회통(會通)하는 도리에 어긋난
                다.그러므로 벗어나 있지도 않고 얽매어 있지도 않되 도가 그
                사이에 존재한다”한 토막을 보았는데,육긍이 이 두 구절을
                들어 매우 기특하다고 여겼으나 정히 꿈을 이야기하는 줄은 몰
                랐던 것이다.
                  그러나 변변치 않은 석두(石頭)화상은  조론 을 보다가 통고

                (通古)제17편에 이르러 “대저 지극한 사람은 비고 트이어 형상
                이 없으되 만물이 모두가 내가 짓지 않은 것이 없나니 만물을
                회통하여 자기로 삼는 이는 오직 성인뿐일진저”한 곳에 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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