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7 - 선림고경총서 - 34 - 종용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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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용록 下 167
-마음 밖에 법이 없으니
몸 앞으로 눈길을 돌리니 묘한 존재를 안다.
-눈앞에 가득한 청산이라.
범의 휘파람이 소소(蕭蕭)하니 바위의 울림이 일고
-불을 빌리다 보니 연기까지 얻었고
용의 읊조림이 염염(冉冉)하니 골짜기의 구름이 어둡다.
-물을 긷다 보니 달까지 가지고 돌아온다.
남전이 당시 사람들의 꿈을 흔들어 깨우니
-고작 잠꼬대를 좋아했구나!
당당(堂堂)한 보처존(補處尊)을 알게 하라는 것이다.
-그 자리 그대로가 자씨이거니…….
평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조공(肇公)의 보장론(寶藏論) 이미체묘품(離微體妙品)에 이
르되 “그 나옴이 미(微)하고 그 들어감이 이(離)하니,그 들어감
이 이임을 알면 바깥 티끌이 의지할 곳이 없고,그 나옴이 미
임을 알면 바깥 마음이 할 바가 없다.안의 마음이 할 바가 없
으면 어떤 소견에도 움직이지 않고,바깥 티끌이 의지할 바가
없으면 만상이 구속하지 못한다”하였는데,천동은 남전을 “이
미(離微)한 조화의 근원을 꿰뚫어보니 분분히 드나드는 데서
그 문을 본다”고 송했으니,나옴이 미하고 들어감이 이한 두
문은 다만 한 문에서 안팎으로 나뉘었을 뿐,실은 시방(十方)에
벽이 없고 4면에도 또한 문이 없음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정신을 겁 밖에 노닐게 하면서 하유향을 묻는다”함은 천지
*하유향:아무 할 일 없이 소요(逍遙)하는 무위(無爲)의 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