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5 - 선림고경총서 - 34 - 종용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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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용록 下 35
-콧구멍이 남의 손아귀에 들었구나.
진산주가 이르되 “그대가 뒷날 스스로 깨닫게 되리라”하니,
-알량하게도 양민을 억눌러 천민으로 만드는구나!
수산주가 이르되 “나는 그렇다 치고 상좌의 뜻은 어떤가?”하
였다.
-남의 품에다 머리를 처박는구나!
진산주가 이르되 “여기는 감원(監院)의 방이니 어떤 것이 전좌
(典座)의 방인가?”하니,
-공을 차서 딴 데로 돌려보냈도다.
수산주가 얼른 절을 하였다.
-우선 좋은 마음으로 대해 주었도다.
평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양주(襄州)청계산주(淸溪山主)홍진(洪進)선사가 지장 계침
(地藏桂琛)화상의 제일좌(第一座)로 있을 때였다.두 승이 함께
지장에게 절을 하자 지장이 이르되 “모두가 틀렸다”하니,두
승은 말없이 내려가서 수산주(脩山主)에게 물었다.이에 수산주
가 말하되 “그대 스스로가 외외당당(巍巍堂堂)하거늘 도리어
남에게 절을 했으니 그 어찌 틀리지 않았겠는가?”하니,홍진
이 이 말을 듣고 긍정치 않으면서 말하되 “그대 스스로도 미혹
하고 어두우면서 어찌 남을 가르치려 하느냐?”하였다.이에
수산주가 분연히 상당하여 물으니 지장이 마루 아래쪽을 가리
키면서 이르되 “전좌(典座)가 광[庫]으로 들어가는구나”하매,
수산주가 허물을 깨달았다.
어느 날 홍진이 수산주에게 묻되 “나는 성품과 나지 않는 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