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6 - 선림고경총서 - 34 - 종용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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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품을 분명히 아는 이가 어찌하여 남 때문에 걸림을 받는가?”
                하였다.암제차녀(菴提遮女)는 바라문의 종족이니 사위성(舍衛
                城)서쪽 20여 리에 있는 장제촌(長提村)의 바사이(婆私貝貳)장자
                의 딸이었다.그 집에서 부처님과 스님들을 청하는 큰 모임을
                열었던 것이 인연이 되어 제차(提遮:암제차)가 좋은 명성을
                얻게 되었다.문수대사가 묻되 “혹시 나는 모습과 나지 않는

                모습[相:전에는 성품이라 했음]을 분명히 아는 이도 남 때문
                에 장애를 받는 경우가 있을까요?”하니,제차녀가 “있습니다.
                비록 분명하게 보나 그 힘이 아직 충실치 못하므로 남 때문에
                장애를 받는 것이 그런 경우입니다”하였다.
                  그래서 수산주는 대답하되 “죽순이 마침내는 대가 되지만 지
                금에 대껍질로 사용할 수가 있겠는가?”하였으니 멸(篾)이란 대
                의 껍질인데 물건을 묶기 위해 새끼를 꼬는 것이다.죽순[笋]은
                보드라워서 힘이 없으나 푸른 대는 힘이 있다.죽순은 그 힘이

                아직 약하므로 대껍질로 쓸 수 없다.
                  각범(覺範)의 관음보살찬에 이르되 “나의 마음 광명이 아직
                열악함을 민망히 여기노니 때때로 종자가 현행으로 나타나도
                다.마치 술로 인해 광증을 일으켰던 사람이 술을 끊으려는데
                도리어 좋은 술을 만난 것 같도다”하였으니,이 또한 그 힘이
                충실치 못함을 읊은 것이다.옛사람이 교리[敎乘]에 익숙해서
                말을 뱉자마자 수다라와 부합되었던 것에 견주면 부끄럽기도

                하다.
                  홍진산주는 화두를 바꾸면서도 역시 상대방을 긍정치 않으
                려고 이르되 “그대가 뒷날 스스로 깨닫게 되리라”하니,수산
                주가 이르되 “나는 그렇다 치고 상좌의 뜻은 어떠한가?”하였
                으니,수공(脩公)은 먼저 사평팔만(四平八滿)의 자리를 차지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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