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0 - 선림고경총서 - 34 - 종용록(하)
P. 30
30
에 운암이 묻되 “어떤 것이 딴 종류 가운데서 행하는 것입니
까?”하니 약산이 이르되 “오늘은 고단하니 다음에 오라”하였
다.운암이 이르되 “저는 특별히 이 일을 위하여 돌아왔습니
다”하니,약산이 이르되 “일단 가거라”하매 운암이 나와 버
렸다.이때 도오는 방장 밖에서 운암이 알아듣지 못하는 기미
를 알고는 자기도 모르는 결에 피가 나도록 손가락을 깨물고
내려와서 묻되 “사형께서는 화상에게 그 인연을 물으셨는데 어
찌 되셨소?”하니,운암이 대답하되 “화상께서는 내게는 말씀
해 주시지를 않았소”하거늘,도오는 문득 고개를 숙였다.
두 사람이 모시고 섰는데 약산이 묻되 “지혜가 이르지 못하
는 곳을 절대로 말하지 마라.말을 하면 머리에 뿔이 나리라”
하니,도오는 문득 인사를 드리고 물러갔다.운암은 이어 약산
에게 묻되 “사제 종지는 어찌하여 화상의 말씀에 대꾸를 하지
않았습니까?”하니,약산이 이르되 “내가 오늘은 등이 아프구
나!이 도리는 그(도오)가 알고 있으니 그대는 그에게 가서 물
으라”하였다.운암이 마침내 도오에게 묻되 “사제는 아까 어
찌하여 화상의 말씀에 대답을 하지 않았는가?”하니,도오가
대답하되 “나는 오늘 머리가 아프니 사형은 화상께 가서 물으
시오”하였다.나중에 운암이 죽음에 임하여 사람을 시켜 하직
하는 글을 도오에게 보냈는데,도오가 보고는 이르되 “운암은
그때 그에게 말해 주지 않았던 일을 뉘우칠 줄을 모르는도다.
그러나 약산의 아들임에는 틀림이 없다”하였다.
현각(玄覺)이 이르되 “옛사람이 이렇게 말한 것을 알고 있기
는 한가?운암이 그때 알지 못했다 하는데 어디가 알지 못하는
곳인가?”하였고,취암 지(翠岩芝)는 이르되 “도오가 이르기를
‘운암은 그때 그에게 일러주지 않은 것을 뉘우칠 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