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2 - 선림고경총서 - 34 - 종용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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뉘라서 뱃가죽 바보스럽다고 거뜬히 말하랴?
-강보에 싸였을 때 이미 살풀이를 해주었겠지.
온 법계로 몽땅 밥을 삼으니
-토해도 나오지 않고 삼켜도 넘어가지 않는다.
콧구멍에 콧물을 흘리면서 마음껏 참구한다.
-던지는 게 반이요 뿌리는 게 반이라.
평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절름발이와 곰배팔이는 여위고 자유롭지 못한 모습이다.
약산이 경을 보는데 백암(栢巖)이 말하되 “화상께서는 사람
을 놀리시지 말아야 될 것입니다”하니,약산이 경을 덮고 이
르되 “지금 해가 어찌 되었느냐?”하였다.벽암이 이르되 “해가
바야흐로 한나절입니다”하니,약산이 이르되 “아직도 저런 티
가 남았느냐?”하였다.백암이 이르되 “저는 없다는 것마저 없
습니다”하니,약산이 이르되 “그대는 꽤나 총명하구나!”하였
다.백암이 이르되 “저는 그렇다 치고 화상의 높으신 뜻은 어
떠하십니까?”하니,약산이 대답하되 “나는 절름발이,곰배팔이
에 백 가지 추태,천 가지 옹졸함을 지니고 그저 이렇게 지낸
다”하였고,관계 한(灌溪閑)화상이 송하되 “여러 해 동안 찢어
진 누더기를 털어 버리니 봉두난발 머리칼이 구름 따라 나부낀
다.잡아다가 머리와 어깨에 걸어 놓으니 사람들의 비단옷보다
훨씬 수승하여라”하였다.
백에서 하나도 취할 것이 없고 한 가지도 감당할 것이 없다
한 것은 대중 가운데서는 백 가지로 옹졸한 듯하나 온 세상에
서는 한가한 사람이 된다는 것이다.
“묵묵히 스스로가 고향 땅 편한 줄 알거니 뉘라서 뱃가죽 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