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1 - 선림고경총서 - 34 - 종용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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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용록 下 41


               장경(長慶)은 이르되 “살았구나!”하였고,
               -눈 위에 서리를 더하는구나!
               운문(雲門)은 이르되 “관문[關]이다”하였다.

               -거리를 막고 골목을 막는구나!


               평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명주(明州)의 취암 영명(翠岩永明)대사의 휘는 영참(令參)으로
                호주(湖州)사람이다.설봉(雪峰)의 인가를 받고 법석을 크게 벌
                이더니,어느 날 상당하여 이르되 “한여름 동안 여러분을 위해
                이 얘기 저 얘기 했으니 취암의 눈썹이 남아 있는지 보라”하
                였는데,제방에서 이르기를 “본래 자신을 앞세우고자 했기에
                이중의 공안이 되었음을 느끼지 못한다”하였다.그런데 또 보

                복에게 “도둑이 제 발 저린다”는 소리를 들었으니,한결같이
                평하기를 “등에다 풀가지를 꽂고 스스로가 입의 허물을 숨긴
                다”고 한다.불과(佛果)는 이르되 “사람들은 흔히 잘못 알고서
                이르기를 ‘청천백일하에 마주 대할 이도 없는 이야기를 지껄이
                고,일없는 자리에 일을 만들어 낸다.우선 자기의 허물부터 고
                백했어야 사람들의 점검(點檢)을 면할 수 있었을 것이다’하는
                데,전혀 빗나간 이야기다”하였다.
                  장경이 이르되 “살았구나!”하였는데,만송은 이르노니 “여전

                히 눈 위에 있도다”하노라.운문의 관문[關]이란 것,두루함
                [普]이란 것은 모두가 일자선(一字禪)이라 부르는 법문인데 세
                사람이 모두 설봉의 법을 잇고 걸맞는 사람[當家人]을 만나면
                격식 없는 말씀[無外話]을 했던 터라,취암이 대중에게 보인 법
                문이 특이한 것을 보았기에 모두가 뒤따라 외쳐 댄 것이다.
                  옛사람에게는 입을 벌리면 수세(手勢)를 범하지 않는 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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