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3 - 선림고경총서 - 34 - 종용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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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용록 下 43
-천동의 엉터리 서술이 어찌 만송의 그것만이야 하겠는가?
힘주어 한마디 하니 일제히 깎이는구나!
-숨기고자 할수록 더욱 드러난다.
자기를 낮춤이여,안간힘으로 신음을 삼키는가?
-자식 기르기를 아버지같이 하지 못하면
선대의 종풍에 누를 끼침이여,답답하고도 고집센 첨지[面牆擔
板]일레라.
-가문이 하루아침에 몰락한다.
평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설두(雪竇)가 이르되 “능숙한 도적은 귀신도 모른다 했는데
이미 보복과 천동에게 들켰다.취암은 그다지 능숙한 솜씨가
아니었던가?”하였는데,대운문과 장경이 취암의 한 가닥 눈썹
에 한꺼번에 콧구멍을 꿰이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 하리라.
만일 머리를 숨기고 그림자를 드러내는 술수에 능숙한 강자였
다면 능히 또렷또렷하게 가로와 세로에서 걸맞는 근기를 만나
감응했을 것이다.
보복이 “도둑이 제 발 저리다”한 것과,운문이 “관문이다”
한 것은 모두가 납승의 코가 특출해서 천 리 밖에서 이미 마른
똥 냄새를 맡고,삼동에도 참외 익는 향기를 맡는 소식이다.
취암은 이르되 “눈썹이 남아 있는가 보라”했고,장경은 이
르되 “살았구나!”하였으니,이는 벽에 걸린 고승의 초상을 보
고 한 번 부르는 소리에 문득 깨달은 것 같고,병 속에서 기른
거위가 외마디 소리에 바로 뛰어나온 경계와 같다.그 어찌 식
정(識情)으로 가히 헤아릴 바랴?이것이 눈썹은 길고 눈동자는
번득인다 한 까닭이다.냉정하게 사람들을 살펴보건대 한 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