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2 - 선림고경총서 - 34 - 종용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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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었다.어떤 좌주가 화엄의 강석에 갔다가 취암에게 공양[齋]
을 청하니,취암이 이르되 “산승에게 질문이 있는데 만일 제대
로 대답을 한다면 공양케 하리라”하였다.그리고는 호떡[餬餠]
하나를 들어 보이면서 이르되 “여기에도 법신이 갖추어져 있는
가?”하니,좌주가 대답하되 “갖추어졌소”하였다.취암이 이르
되 “그렇다면 법신을 먹는 격이로구나!”하니,좌주가 대답이
없거늘 당강법사(當講法師)가 대신 이르되 “있은들 무슨 허물
이 있으리오?”하였는데,취암이 긍정치 않았다.운문이 대신
이르되 “화상께서 빈자리[空筵]에 강림해 주셨음에 특별히 감
사드립니다”하였고,이에 대해 각범이 이르되 “운문대사는 승
가운데 왕이로다”하였는데,천동은 과연 한 꾸러미에 꿰어서
송두리째 송했도다.
송고
도둑놈의 마음씨여,
-장물이 이미 드러났군!
담력이 사람들을 초월하니
-눈에 사람이 안 보이지.
또렷또렷하게 가로 세로에서 걸맞는 근기를 대하고
-날치기로 교묘하게 훔치도다.
보복이나 운문도 코는 아래로 숙이고 입술은 까불며
-탐색이 지나치군!
취암이나 장경도 눈썹은 길고 눈동자는 번득인다.
-거짓으로 때리는 줄도 모르도다.
두선화(杜禪和)에게 무슨 제한이 있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