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7 - 선림고경총서 - 34 - 종용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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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용록 下 47
되겠습니까?”하였으니,갸륵하도다.참 사자새끼가 끝내 범의
굴에서 발톱을 드러냈구나!중읍도 모르는 결에 선상에서 내려
와서 앙산의 손을 잡고 춤을 추면서 이르되 “성성아,너를 만
났느니라”하였는데,어째서 비유를 더 말해 주지 않았을까?
운거 석(雲居錫)이 이르되 “그때에 앙산의 그 한마디를 만나
지 못했더라면 어찌 중읍이 있을 수 있었으랴?”하였다.선사
(先師)께서 승묵(勝黙)사백(師伯)과 지낸 20여 년 동안 총림에
서 정주 보(鄭州寶)화상의 명성이 하락(河洛)지방까지 떨치는
것을 흠모하였는데,선사께서 두루 참문을 다니다가 가서 뵈니,
정주가 이르되 “형제들은 나이 준수하니 두루 참문함이 좋겠
다.노승은 요즘 생각생각에 불법으로써 일을 삼는다”하였다.
선사께서 자리를 고쳐 앉아 묻되 “화상께서 지금은 어떠하십니
까?”하니,정주가 이르되 “마치 생명의 원수와 같이 여겨진다”
하였다.선사가 말하되 “만일 이 말씀이 아니었다면 천 리 길
을 헛걸었을 뻔하였습니다”하니 정주가 선상에서 내려와서 선
사의 손을 잡고 이르되 “작가로구나!”하고는 드디어 며칠을
머물렀다.협산(夾山)이 불일(佛日)을 일러,“식은 재 속에서 한
알의 콩이 튀는 것 같다”한 것이 이런 경우다.
현각(玄覺)이 이르되 “만일 앙산이 아니었더라면 어찌 중읍
을 볼 수 있었으리오?”하였으니,“일러 보라,어디가 앙산이
중읍을 본 곳인가?”하였는데,만송은 이르노니 “보은당(報恩
堂)의 위”라 하노라.
숭수 조(崇壽稠)가 이르되 “어떤 사람이 이 도리를 판정할
수 있겠는가?만일 판정해 내지 못한다면 그저 혼령이나 희롱
하는 솜씨다.불성의 이치가 어디에 있겠는가?”하였는데,만송
은 이르노니 “혼령이나 희롱하는 솜씨 위에서 알아차려야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