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3 - 선림고경총서 - 34 - 종용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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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용록 下 83


                  허공에 도장을 친 글자란 비록 십(十)자를 고쳐서 만(卍)자로
                만들었으나 사실은 세간의 문자로 집착할 바가 아니란 뜻이다.
                도부(道副)가 달마에게 대답하되 “제가 보는 바로는 문자에 집
                착하지도 않고 문자를 여의지도 않음으로써 도의 작용을 삼습
                니다”하였다.
                  대녕(大寧)의 관선두(寬禪頭)가 법창(法昌)에게 이르렀더니 법

                창 의공[倚遇]이 艸○의 모양을 지어 보이매,대녕은 바로 나가서
                일을 보았다.이튿날 상당하는데 법좌 앞에 와서 말하되 “어제
                의 공안을 어찌 생각하는가?”하였다.대녕이 ○牛의 모양을 그
                려 보이고는 다시 발로 지워 버리니,법창이 말하되 “관선두의
                이름이 헛되이 전하는 것이 아니었도다”하고는,이어 법좌에
                올라 이르되 “깜짝 사이에 맑은 하늘에 벽력소리 진동하니/우
                문[禹公]의 문에는 세 자 파도가 거세도다/얼마나 많은 뿔난
                무리가 용이 되어 갔거늘/새우와 게는 여전히 눈동자만 부릅

                뜬다”하였다.이 게송은 천동의 “기미가 현추를 발함이여,푸
                른 하늘에 번개가 번뜩이고”한 것과 같이 참구할 것이다.
                  “천륜과 지축”그리고 “무의 씨와 문의 날”은 모두가 좌우로
                두 겹 돈 것과 십(十)자 만(卍)자를 그린 혈맥이요,“풀어놓았다
                걷어 모으고 홀로 서서 두루 다닌다”함은 수라가 해를 가리는
                시늉과 누지가 울면서 받드는 시늉과 주먹으로 만(卍)자를 둘
                러싸는 시늉이 옳다고 칭찬한 것을 송한 것이다.

                   춘추(春秋)  제사(題辭)에 이르되 “하늘의 본체란 것은 속에

                땅을 품고 있으며 일월성신이 거기에 속해 있다.그러나 대지
                에는 높고 낮은 형태가 있고,사시에는 오르고 내리는 이치가
                있고,일월에는 운행하는 법도가 있고,성신에는 머무름[次舍]
                의 항상함과 나아가서는 모든 별이 운전하는 법도가 있어 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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