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8 - 선림고경총서 - 34 - 종용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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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탐원이 어느 날 상당하니 앙산이 대중 가운데서 나와 ○상
                을 그려 손으로 받쳐 올리고는 다시 차수하고 섰다.탐원이 두
                손을 한 덩어리로 주먹 쥐어 인사하는 모습을 보이니,앙산이
                앞으로 세 걸음 나아가 여자 절을 했다.탐원이 고개를 끄덕이
                니 앙산이 절을 하였다.97종의 원상이 주먹을 겨루듯 나열하
                고 있는 모습을 나찰삼매(羅刹三昧)라 하고 여자 절을 여인삼

                매(女人三昧)라 하니,이 모두가 삼매왕삼매에서 흘러나와 여러
                부문으로 나투어 보인 것이다.
                  또 어떤 범승(梵僧)이 앙산에게 와서 절을 하니 앙산이 땅
                위에다 반달 모양을 그렸다.범승이 가까이 와서 원상을 채워
                그리고는 발로 문질러 지워 버리니 앙산이 두 손을 폈다.이에
                범승은 소매를 떨치고 나가면서 이르되 “내가 동토(東土)에 온
                것은 문수에게 예배하려던 것인데 도리어 작은 석가를 만났다”
                하였다.

                  또 어떤 승이 절을 마쳤는데 앙산이 돌아보지도 않으니,승
                이 묻되 “화상께서는 글자를 아십니까?”하였다.앙산이 대답
                하되 “조금”하니,승이 ○상을 그려 바쳤다.앙산이 옷자락으
                로 흔들어 뿌리치니 승이 또 반달 모습을 그려 바쳤다.앙산이
                두 손으로 밀어 던지는 시늉을 하니 승이 바라보고 있는데 앙
                산은 고개를 숙였다.승이 앙산을 한 바퀴 도니 앙산이 문득
                때리매 승은 나가 버렸다.이는 앙산의 기개가 천 길의 벽 같

                아서 덕산이나 임제의 준엄한 기개와 다르지 않은 경지이다.
                  또 앙산이 앉았는데 어떤 승이 와서 절을 하니 앙산이 돌아
                보지 않으매,승이 묻되 “화상께서는 글자를 아십니까?”하였
                다.앙산이 이르되 “조금”하니,승이 오른쪽으로 한 바퀴 돌고
                이르되 “이것은 무슨 자입니까?”하였는데,앙산이 이르되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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