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8 - 선림고경총서 - 34 - 종용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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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 “어떤 이는 일원상을 그리지만 이는 흙 위에 진흙을 더하는
꼴이요,칼[枷]위에 족쇄[鎖]를 더하는 격이니라”하였는데,만
송은 이르노니 만일 칼과 족쇄를 두드려 부술 망치를 찾는다면
천동의 송고(頌古)에서 물으라 하노라.
송고
호떡이 부처와 조사를 뛰어넘는 말이라지만
-일대장경도 이 도리는 설명해 내지 못했다.
말속에 맛이 없으니 어떻게 참구하랴?
-어디다 입을 댄다는 말인가?
납승이 어느 날 배부른 줄 깨달으면
-호떡과 제호(醍醐)가 독약인 줄을 비로소 알았다.
바야흐로 운문의 얼굴에 부끄러움 없는 줄 알게 되리라.
-운문은 눈 없이도 사람을 본다.
평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동산 수초(洞山守初)선사의 지통기송(指通機頌)에 이르되 “동
산이 요삭(寥索:적막)해서/하나도 있을 틈이 없으니/맛없는
말씀은 사람들의 입을 틀어막는다/설사 좋은 음식 천 가지가
있다 한들/배부른 사람은 좋아하지 않으니 어쩌랴”하였는데,
만일 아귀가 서로 탐내어 물어뜯듯 하는 자라면 마치 개가 마
른 뼈 물어뜯듯 가로로 물고 세로로 뜯다가 마침내 혀를 물어
터뜨리기에 이르러서는 한쪽에 던져두듯이 다시 운문을 만나
러 오리니,만난 뒤엔 어떠한가?각각 얼굴의 두께가 세 치나
되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