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2 - 선림고경총서 - 34 - 종용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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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하였는데,만송은 이르노니 “한 번 죽으면 다시 살아나지
                못한다”하노라.승이 돌아와서 장사에게 고하니,장사가 게송
                을 읊되 “백 자 장대 끝에 앉은 사람이여,비록 그 경지에 들
                어가기는 했으나 진실되지는 못하다”하였다.이는 암두(岩頭)
                가 이르되 “설봉(雪峰)과 덕산(德山)은 마지막 구절을 이해하지
                못했다”한 것과 병통은 같다.만송이 항상 사람들에게 이르되

                “예컨대 어떤 사람이 조상 전래의 가문과 재산,그리고 권속과
                자신까지를 한꺼번에 팔아서 수정으로 만든 병 하나를 사다 놓
                고 종일토록 몸에 지니고 다니면서 수호하기를 마치 눈동자를
                아끼듯 하는데,만송으로 하여금 그를 보고는 몽땅 두드려 깨
                서 그를 손을 털고 팔을 흔들어 꺼릴 것이 없는 쾌활한 첨지로
                만들게 하지 마라”하노라.
                  승묵(勝黙)이 이르되 “벼랑에서 손을 터니 몸이 만상(萬象)
                속으로 나뉜다”하였으니,그러한 뒤에야 “낭주(朗州)의 산과

                풍주(灃州)의 물”,“사해와 오호가 왕의 교화 속에 있다”한 경
                계이니,이는 천동의 암소가 쟁기를 메고 보습을 끈다는 게송
                과 짝지을 만한 것이다.


               송고

               한마디 닭 울음에 귀인[玉人]이 꿈을 깨서
               -눈은 떴지만 새벽을 느끼지 못한다.
               눈길 돌려 살펴보니 살림살이 구족하네.

               -무진장 속의 것 아무리 써도 다함이 없다.
               뜻 있는 바람과 우레는 개구리의 잠을 깨웠고
               -절기(節氣)로는 어쩔 수 없다.

               말없는 복사꽃․오얏꽃은 저절로 오솔길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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