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1 - 선림고경총서 - 34 - 종용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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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용록 下 91


                  호남(湖南)의 장사(長沙)초현(招賢)대사의 휘는 경잠(景岑)이
                니,각범(覺範)이 이르되 “선사는 대적(大寂:마조)의 손자이며
                남전의 아들이며 조주의 형이다.그때의 납자들 중 앙산같이
                억센 이들도 오히려 자신을 낮추어 그를 잠대충(岑大蟲:호랑
                이 경잠)이라 불렀다”하였다.그가 어느 날 상당하여 이르되
                “내가 만일 한결같이 종교(宗敎:정통선법)를 선양한다면 법당

                앞에 풀이 한 길이나 되겠기에 사세에 어쩔 수 없어서 그대들
                에게 이르노니,시방세계 그대로가 사문의 눈이며 온몸이요,
                온 시방세계가 온통 자기의 광명이요,온 시방세계가 자기의
                광명 속에 있음이며,온 시방세계가 어느 한 사람도 자기가 아
                님이 없노라.내가 항상 여러 사람들께 이르기를 ‘삼세의 부처
                님들과 법계의 중생 모두가 마하반야의 광명이다’하였는데,
                광명이 일기 전에는 그대들 중생이 어디서 이해하며,광명이
                일기 전에는 부처도 없고 중생의 소식도 없거늘 어디서 산하와

                국토가 생겼겠는가?”하였다.
                  장사가 어떤 승으로 하여금 회암주(會庵主)에게 가서 묻게
                했는데,회암주는 남전의 문하로 출세하지 못했으나 가만히 터
                득하고 남모르게 증득한 무리 중의 한 분이었다.기록[燈錄]에
                는 기연(機緣:입도사연)도 어구(語句:법어)도 없이 맨 뒤에
                이름만 나열되어 있다.그러나 이미 이런 화두가 전해진 것을
                보면 의당 독립된 전기를 만들어도 결코 과분하지 않을 것이

                다.
                  그 승은 특별 사자의 자격으로 가서 암주를 뵙고 장사의 법
                지(法旨)를 전하되 “암주께서 남전을 보기 전엔 어떠했는가?”
                하니,회암주가 잠자코 있었다.승이 다시 묻되 “남전을 본 뒤
                엔 어떠합니까?”하니,회암주가 이르되 “딴 것이 있을 수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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