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0 - 선림고경총서 - 34 - 종용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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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똥더미 속에서 헤매는군.
승이 돌아와서 장사에게 아뢰니
-입과 혀 사이를 달리는 첨지로군!
장사가 이르되 “백 자 장대 끝에 앉은 사람이여,
-장대 밑의 것들은 한바탕 헛수고를 했군.
비록 들어가기는 했으나 진실되지는 못하나니
-높고 위태로운데도 서지 않아야 도가 비로소 높아진다는데…….
백 자 장대 끝에서 한 걸음 내디뎌야
-어떤 위대함이 장대를 쪼개 버리는 것만이야 하겠는가?
시방세계가 온통 한 몸이리라.”
-방석이 하늘이 아님을 비로소 믿게 되었다.
승이 묻되 “어떻게 해야 백 자 장대 위에서 한 걸음 내딛습니
까?”하니,
-과연 그런 것이 있었구나!
장사가 이르되 “낭주(郞州)의 산과 풍주(灃州)의 물이니라”하
였다.
-척척 들어맞는구나.
승이 다시 이르되 “알지 못하겠습니다”하니,
-제법 총명하구나.
장사가 이르되 “사해와 오호가 왕의 감화 속에 있느니라”하였
다.
-멋대로 뛰어 보라.
평창 스승께서 이르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