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4 - 선림고경총서 - 34 - 종용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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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라 한 장사의 말씀은 험한 벼랑을 잘 이용한 구절이다.
                  만일 귀인이 꿈을 깨고도 별다른 생애가 있지 않다면 어떻
                게 사해와 오호의 일월이 참신할 수 있겠는가?모시(毛詩)에 이
                르되 “습습(習習)한 골짜기 바람이 재촉해서 잠든 개구리를 놀
                라게 하고 춘분(春分)뒤의 한 철[候]에 우렛소리가 난다”하였
                고, 한서(漢書)   이광전(李廣傳)의 찬(贊)에 이르되 “복사꽃․

                오얏꽃은 말이 없으되 그 밑에 저절로 오솔길이 이루어진다”
                하였고, 종경록 에는 이르되 “이미 덕행을 쌓았으면 말하지
                않아도 믿는 것이 마치 복사꽃․오얏꽃 밑에 저절로 오솔길이
                이루어지는 것 같다”하였다.
                  또 “낭주의 산과 풍주의 물”이라 한 이 말씀은 남을 위해 진
                흙에 뛰어들고 물을 묻히는[拖泥帶水]이의 일이다.삼성(三聖)
                이 장사의 회상에 있을 때의 어느 날 수(秀)상좌로 하여금 장사
                에게 가서 묻게 하되 “남전이 천화(遷化)한 뒤에 어디로 갔습니

                까?”하였는데,장사가 대답하되 “석두(石頭)가 사미였을 때 육
                조(六祖)에게 가서 참문하고 뵈었느니라”하였다.수상좌가 이
                르되 “석두가 사미였을 때 육조에게 가서 참문해 뵈온 것을 물
                은 것이 아니라 남전이 천화한 뒤에 어디로 갔느냐고 물었습니
                다”하니,장사가 이르되 “그대가 자세히 생각해 보라”하였다.
                수상좌가 이르되 “화상에게는 다만 천 길 되는 싸늘한 솔만이
                있고 쭉쭉 뻗은 석순(石笋)은 아예 없으십니다”하니,장사가

                대꾸하지 않았다.수상좌가 이르되 “스님께서 저의 말에 대답
                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하였으나,장사는 역시 대꾸하지 않
                았다.수상좌가 이 사실을 삼성에게 사뢰니,삼성이 이르되 “만
                일 실로 그렇다면 임제(臨濟)보다 일곱 걸음 앞서가고 있다”하
                고는,직접 방장으로 올라가서 이르되 “화상께서 진작부터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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