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5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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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上 125


               절름발이 자라와 눈먼 거북이 빈 골짜기로 들어가는 꼴일세.
                -꺼져라!그놈이 그놈이군.(바로 네 놈이 아니라면)누가 네 새끼를
                 쳐죽이겠는가?

               꽃도 수북수북,비단도 수북수북.
                -두 번 거듭된 잘못이다.한꺼번에 처단하는군.여전히 그 모양이구먼.
               남쪽 땅에는 대나무,북쪽 지방은 나무이다.
                -세 번 거듭되고 네 번 거듭된 잘못이다.머리 위에 머리를 두었구나.

               그리하여 장경(長慶)스님과 육긍대부를 회상하노니
                -끼리끼리 노는구먼.산승도 이러하고 설두스님도 이러하다.
               ‘마땅히 웃어야지,통곡해서는 안 된다’라 말할 줄을 알았구려.
                -껄껄.아이고,오밤중에 더더욱 원한만 더하는구나.

               아이쿠!
                -쯧쯧.이 무엇인고.(원오스님은)후려쳤다.

               평창
                   설두스님은 투철히 알아차렸기 때문에 벽두에서 “금까마귀는
                 급히 날고 옥토끼는 빨리 달아난다”고 하였다.이는 동산스님이
                 “삼 세 근”이라고 대답한 뜻과 결코 서로 다르지 않다.해가 뜨
                 고 달이 지고 날마다 이와 같다.사람들은 많이들 알음알이로

                 이해하여 그저 “금까마귀는 왼쪽 눈이고,옥토끼는 오른쪽 눈이
                 다”고 하며,질문을 받으면 눈알을 부릅뜨고 “여기에 있다”고
                 하지만,이와 무슨 관계가 있겠는가?이처럼 이해한다면 달마의
                 종지는 싹 쓸어 없어져 버리리라.
                   그러므로 “사해(四海)에 낚시를 드리운 것은 사나운 용을 낚
                 으려는 것이며,격식 밖[格外]의 현묘한 기틀은 지기(知己)를 찾
                 기 위함이라”하였다.설두스님은 미혹을 벗어난 인물인데 어찌

                 이 같은 견해를 내었는가?설두스님은 핵심이 되는 곳으로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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