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0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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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때,지한이 여산 폭포를 제목으로 하여 시를 썼다.

                     구름을 뚫고 바위를 뚫으면서도 그 괴로움을 말하지
                   않으니

                     저 멀리에 높은 곳에서 나온 줄을 알겠노라.

                   지한이 이 두 구절을 읊조린 후 한참 동안 생각하면서 그의
                 문장 솜씨가 어떠한가를 떠보려 하였다.대중이 뒤이어 이르기
                 를

                     시냇물을 어찌 멈춰 둘 수 있으랴?

                     마침내는 큰 바다로 돌아가 파도가 되어야지!

                 라고 하였다.지한은 그가 예사 사람이 아님을 알고 잠자코 마
                 음속으로 새겨 두었다.뒤에 염관(鹽官)스님의 회하에 이르자
                 대중천자에게 서기를 보도록 청하였는데,황벽스님이 그곳의

                 수좌(首座)로 있었다.하루는 예불하는 황벽스님을 보고서 대중
                 이 물었다.
                   “부처님에게 집착하지도 말고,법에도 집착하지 말고,대중에
                 게도 집착하지 말아야 하는 법인데 예배를 해서 무엇을 하려고
                 하십니까?”
                   “ 부처에게 집착하지 않으며,법에도 집착하지 않으며,대중에
                 게도 집착하지 않으면서 항상 이처럼 예배를 하느니라.”
                   “ 예배를 해서 무엇 하려구요?”

                   황벽스님이 갑자기 뺨따귀를 후려치자,대중이 “몹시 거친
                 사람이군”이라고 하자,황벽스님은 “‘여기’에 무엇이 있다고 거
                 칠다느니 가늘다느니 지껄이느냐?”며 또다시 한 차례 뺨따귀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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